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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서울열린극장 창동에서 열린 <<창작 타악 그룹 공명과 함께하는 신년콘서트>>에 다녀왔습니다.

공명이라는 그룹은 처음 들어보았지만, '전석 1000원'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무작정 예매부터 했더랬죠.
5시 공연 시작시간을 맞춰 출발했지만, 태생적인 덜렁거림으로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버린 저는..

결국 헐레벌떡 뛰어 10분즈음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.


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(각 프로그램 별 후기)---------------------

# 전쟁과 평화


짧게, 또는 길게 끊어지는 태평소는 까마귀 소리가 되고,

부들부들한 대금소리는 말못할 슬픔을 담아 바람처럼 퍼진다.

한 때는 사람들이 와글댔던, 그러나 지금은 황량해진 벌판에 서 있는 듯 했다.

눈을 감으면 마치 그 흙내음이 내 앞에서 서성댈 것 같은 기분.

전쟁이라고 해봐야 영화에서 본 이미지들 뿐인 나는, 그 이미지만큼.

딱 그 만큼, 이 음악의 제목은 '전쟁과 평화'였다.

# 해바라기

소금과 하모니카가 멜로디를 이끌고 기타와 타악기가 그 뒤를 받쳐주는 경쾌하고 흥겨운 음악.

중간에 끝난듯이 조용해지지만 기타연주자가 '하나 둘 셋 넷' 하고 흥을 돋우면,

순식간에 네 연주자의 악기들이 소리높여 합주를 재개한다.

가을의 꽃, 해바라기.

가을이라는 단어의 애잔함보다는 청명한 하늘, 선선한 바람 등의 이미지를 취한 음악인지라

듣는 내내 들썩이는 어깨와 끄덕이는 고갯짓을 멈출 수 없었다.

# 설장구

예전에 한예종의 풍물을 들을 때, 장구를 치던 한 사람에게 넌지시 반한 적이 있었다.

장구에 빠져들어 서로가 서로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.

그 때는 한 사람이었는데, 이 번엔 무려 네 사람이라니!

'쿵'하는 소리에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, '딱'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.

각자가 리듬을 느끼는 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의 몸사위는 장구와 함께 흔들렸다.

박자는 맞았지만, 그렇다고 그것들이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.

각 장구에서 내는 네 개의 소리들이 하나하나 다른 듯 함께, 그렇게 울렸더랬다.

# 아침의 소리

잘박잘박잘박잘박잘박. 아침에 일어나,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는다면 이 느낌이 아닐까.

아직은 모두가 깨어나지 않은 새벽녘과 아침의 중간즈음을 흐르는 소리같았다.

# 공명유희

공명(그룹)이 우연한 계기로 만들게된 대나무 악기, 공명.

길이가 각기 다른 대나무로 받침돌을 치면 도레미파솔라시도~

각기 다른 음계의 소리가 울린다.

악기도 악기지만, 중간중간 4 명의 코믹한 몸동작과 주고받는 대사가 웃겼던 공연.

초등학생들 몇몇을 불러 이런저런 동요도 같이 쳐보고, 관객들은 흐뭇하게 박수를 쳐주고.

쉽디 쉬운 동요였지만 그토록 흥겨울 수 있었던 건,

어색하게 따박따박 악기를 치던 조그만 손들때문이 아니었을까.

# 흥

썬그라스와 호박모자를 쓰고 전기드릴로 PVC 파이프를 뚫던 송경근씨.

어느 샌가 각자 정수기 물통, 북, 탬버린들을 들고 나와 흥겹게 악기연주를 시작한다.
 
PVC 파이프가 그렇게 아름답게 삐리리리 울릴 수 있다니!

첫 소절이 흐르자 마자 관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소리가 들렸다.

역시 아까처럼 아이들 몇이 올라와 리듬을 타고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.

신명날 정도는 아니지만 입에 미소 정도는 그득히 띠울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.

# 보물섬

높은 음역대와 중간 음역대를 가로지르는 두 관악기와

그 관악기를 감싸며 소리를 풍성하게 해준 여타 타악기들.

하나의 느낌이 아닌 여러가지의 색깔공들이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.

어쩌면 그래서 보물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.


# 앵콜 - 해바라기

'아, 이런 앵콜을 외치실 진 몰랐는데.' 라며 쑥쓰럽게 올라와준 공명 분들.

아까보다 더욱 흥겹게 해바라기를 연주해주셨다.

이미 앞의 공명유희나 흥 등을 통해 한껏 들뜬 관객들은 그들과 더불어 더욱 유쾌하게 호응했고,

곡이 끝나자 몇 분은 일어서서 힘차게 박수를 치셨다.

나도 차마 부끄러움에 일어나진 못했지만,

아마 어난 분들의 마음도 내 마음과 같겠지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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........

공연이 끝나고 친구와 만나 소소하게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돌아왔습니다.

아직도 기억나는 건, 마지막 곡을 연주하던 그 때,

서늘한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는 것.

마치 해바라기가 서늘한 가을 바람에 너울너울 춤을 추듯이 말입니다.
 

공연 내내, 네 명의 소리가 귀 주변을 맴돌고

제 머릿속엔 네 가지의 음계들이 서로 엉키고 흩어졌지만,

신기하게도 고통스럽진 않았습니다.  

대신,눈을감고 몸을 한껏 움직이며 그들의 소리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,

참 마음이 따뜻했습니다.

..........




혹여라도 여러분이 어디선가에서 그룹 공명의 공연을 만나게 된다면,

주저치 말고 꼭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.

싱그러운 그들의 소리와 함께한다면,

그 날의 남은 시간들은 한없이 웃으며 보내실 수 있을테니까요 :)



▽ 아래는 초등학생들이 악기 '공명'을 치러 올라와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입니다.

....촬영이 불법인지라 이 부분만 아주 아주 아주 잠깐 찍었어요 T_T <문제된다면 바로 삭제할게요
 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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